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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다 그렇게 시작한다”는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던 실패

by think28148 2026. 1. 23.

출발선이 다르다는 걸 처음 인정한 날

오늘은 다 그렇게 시작한다. 는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던 실패에 대해 이야기 하러합니다.

 

 

 

“다 그렇게 시작한다”는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던 실패
“다 그렇게 시작한다”는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던 실패

 

 

 

 

 

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는 말이 가장 잔인하게 느껴졌을 때

“다 그렇게 시작해.”
이 말은 실패한 사람에게 가장 쉽게 건네지는 말 중 하나다.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악의가 없고, 오히려 상대를 안심시키고 싶어 한다. 나 역시 처음에는 이 말을 위로처럼 받아들였다. 지금 느끼는 불안과 혼란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, 이상하게도 마음을 조금 가볍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.

처음 몇 번의 실패까지는 그랬다.
아직은 과정이라고 믿을 수 있었고, 지금 겪는 어려움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다. 주변에서도 “처음엔 다 그래”, “다들 바닥에서 시작해”라는 말을 반복했다. 그 말들은 마치 정답처럼 들렸고, 나는 그 문장을 마음속에 붙들고 버텼다.

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서, 그 말은 점점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. 처음엔 다 그렇다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갔고, 기회를 얻고,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. 반면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. 아니, 가만히 서 있는 것도 아니었다.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지만, 제자리에서 계속 허우적대는 느낌이었다.

그때 처음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.
같은 시간을 쓰고, 비슷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왜 결과는 이렇게 다를까. 왜 어떤 사람에게는 ‘과정’이었던 시간이, 나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‘상태’가 되어버렸을까. 이 질문은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. 괜히 비교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, 괜히 투정 부리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스스로 눌러 담았다.

그래서 나는 다시 그 문장으로 돌아갔다.
“다 그렇게 시작하니까.”
이 말은 점점 위로가 아니라 침묵을 강요하는 말이 되었다. 더 이상 힘들다고 말하지 않게 되었고, 이상하다고 느껴도 그냥 넘기게 되었다. 그 말 앞에서는 어떤 설명도 필요 없었다.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있다면, 지금의 차이는 전부 개인의 문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.

그 순간부터 나는 내 실패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었다.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기보다는, 나 자신을 다그치는 쪽을 선택했다. 아직 부족하다, 아직 노력하지 않았다,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. 그렇게 나 자신을 몰아붙이는 동안, 나는 점점 지쳐갔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.

“다 그렇게 시작한다”는 말이 가장 잔인하게 느껴졌던 이유는,
그 말이 나의 현재 상태를 설명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.
위로가 되지 않는 말은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깊은 혼란을 남겼다.

같은 시작이라는 말이 지워버린 것들

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있다는 전제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지워버린다.
그 말 속에서는 조건의 차이도, 환경의 차이도,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도 사라진다. 오직 결과만 남고, 그 결과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는 개인의 역량으로만 환원된다.

누군가는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고,
누군가는 실패해도 돌아갈 안전한 공간이 있었다.
누군가는 실패를 경험으로 삼을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이 있었고,
누군가는 한 번의 실패가 생활 전체를 흔들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.

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잘 꺼내지지 않는다.
꺼내는 순간, 변명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. 그래서 나 역시 내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. 대신 “다들 비슷하지 뭐”라는 말로 대화를 끝냈고, 속으로는 계속 나 자신을 비교했다.

그 비교는 언제나 나에게 불리한 방향으로만 작동했다.
다른 사람은 이 정도면 해냈는데,
다른 사람은 이 시점에 이미 넘어갔는데,
나는 왜 아직 여기일까.

이 질문들은 나를 더 노력하게 만들지 않았다.
오히려 나를 더 작게 만들었다.
실패를 통해 배워야 할 것보다, 실패한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었다.

“다 그렇게 시작한다”는 말은 이런 상황을 너무 쉽게 단순화했다.
그 말 속에서는 실패의 맥락이 사라졌고,
실패의 무게가 전부 개인에게 떠넘겨졌다.

그 결과, 나는 점점 나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다.
내가 느끼는 어려움이 정당한지,
내가 느끼는 좌절이 과도한 건 아닌지
끊임없이 의심했다.

지금 돌이켜보면, 나는 이미 불리한 조건에서 꽤 멀리까지 와 있었다.
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
오히려 더 무리하고, 더 버티고, 더 침묵했다.

출발선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

강해지는 선택이 아니라, 현실을 외면하는 선택이었다.

출발선이 다르다는 걸 처음 인정한 날

출발선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한 날은,
특별히 큰 사건이 있었던 날은 아니었다.
오히려 아주 사소한 계기였다. 누군가의 성공 이야기를 듣다가, 그 사람이 시작할 때 이미 가지고 있었던 조건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. 인맥, 정보, 시간, 실패해도 괜찮은 여유. 그 모든 것들이 그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웠고, 나에게는 낯선 것들이었다.

그 순간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.
“이건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라, 출발선이 다른 거였구나.”

이 생각은 나를 단번에 위로하지 않았다.
오히려 불편했다.
지금까지 믿어왔던 공정한 세계관이 흔들렸기 때문이다. 노력하면 따라갈 수 있다는 믿음, 결국은 비슷해진다는 믿음이 깨지는 느낌이었다.

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이상한 안도감도 함께 찾아왔다.
내가 계속 제자리인 이유를
전부 나의 무능으로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
처음으로 허락된 순간이었다.

출발선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자, 실패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씩 달라졌다. 이 실패가 나를 규정하지는 않는다는 것, 이 실패가 곧 나의 한계는 아니라는 생각이 가능해졌다. 물론 여전히 불안했고, 여전히 상황은 쉽지 않았다. 인정 하나로 현실이 바뀌지는 않았다.

하지만 분명한 변화가 있었다.
나는 더 이상 나 자신에게
“왜 남들처럼 못 하냐”고 묻지 않게 되었다.
대신 이렇게 묻게 되었다.
“이 조건에서 여기까지 온 것도 사실이지 않나.”

그 질문은 나를 특별하게 만들지는 않았다.
하지만 나를 조금 덜 미워하게 만들었다.
그리고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.

이제 나는 누군가에게 쉽게
“다 그렇게 시작해”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.
그 말이 누군가에게는 위로일 수 있지만,
다른 누군가에게는 자기 실패를 설명할 언어를 빼앗는 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.

출발선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,
비로소 나만의 기준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.
나는 아직도 실패하고 있고,
아직도 흔들린다.
하지만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출발선 위에서
나를 재단하지는 않는다.